저는 등산을 정말 싫어해요.
고소공포증이 있는데다 저질 체력까지 갖춘 사람에게 등산은 취미가 아니라 거의 고행에 가까운 운동인데요. 올라갈 때는 숨이 차고, 내려올 때는 무릎이 아프고, 중간중간 ‘내가 대체 왜 여기까지 올라왔지?’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죠.
그래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《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》라는 제목을 발견했을 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. 제목부터 나 같은 등산 혐오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었으니까요.
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5회까지 보고 나니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. 등산을 죽도록 싫어하던 내가 한라산 설산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.
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?

지구오락실인 줄 알고 모였는데… 왜 산에 가는 거죠?
나영석 PD가 카더가든, 도운, 이채민, 타잔. 서로 활동 영역도 다르고 캐릭터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을 한자리에 모았어요.
《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》는 평생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던 네 사람이 산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등산 예능입니다.
처음에는 마치 《뿅뿅 지구오락실》 같은 유쾌한 예능을 기대하고 모인 네사람. 그런데 막상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게임도, 여행도, 맛있는 음식도 아닌 등산 퀘스트였습니다. 더 웃긴 건 네 사람 모두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죠.
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산을 타게 하는 것도 아니고,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모아 우리나라 명산의 설산을 정복하게 만든다니.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“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”라며 제작진에게 묻고 싶어집니다. 하지만 네 사람 모두 평소 농구 같은 활동적인 운동은 좋아하지만 유독 등산은 싫어한다는 이 아이러니가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죠.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
👦 카더가든·도운·이채민·타잔, 이 조합 실화?
- 카더가든: 특유의 무심한 말투와 엉뚱한 매력이 있는 카더가든. 과체중 상태에서 겨울 산을 오르며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하차를 고민하면서도, 결국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끝까지 가는 의외의 끈기를 보여줍니다. 제작발표회에서도 본인이 프로그램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당황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죠.
- 도운 (데이식스): 밝고 능글맞은 분위기로 팀의 활력을 담당합니다. 힘든 상황에서도 툭툭 던지는 말들이 웃음을 만들고, 카더가든과의 티키타카가 독보적입니다. “형이 하차하면 나도 하차할 거야”라고 생각했을 정도.
- 이채민: 비교적 반듯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이미지지만, 갑자기 험한 겨울 산을 오르는 것은 꽤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거에요. 예상치 않은 손목 부상까지 겹치면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텐데요.
- 타잔 (올데이 프로젝트): 평소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 담당처럼 보이지만 추위를 정말 싫어한다는 것이 변수입니다. 막상 산에 가보니 등산보다 산에서 먹는 것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너무 타잔답고 엉뚱한 매력이 살아납니다.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

🏔️ 1화부터 5화까지, 눈물겨운 설산 정복기
1~3화: 첫 등산부터 설악산이라고?
등산 초보들에게 체감온도 영하 27도의 강추위 속 설악산이라니, 제작진의 설정부터 고생길이 훤했어요.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추운 오르막길에서 카더가든이 완등해내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만들었어요. 힘들어하고 가기 싫어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가는 과정이 이상하게 응원하게 만들더라고요.
4화: 일출을 보러 태백산으로
이번에는 야간산행으로 태백산 일출을 보러 갑니다. 보통 예능이라면 정상에서 감동하는 장면이 나올 텐데, 이들은 감성보다 “대체 왜 우리가 이걸 하고 있지?”라는 날것의 현실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더 웃깁니다.
5화: 드디어 제주도 한라산
5화에서는 한라산 코스를 나눠 올라갑니다. 카더가든과 이채민은 관음사 코스, 도운과 타잔은 성판악 코스로 출발해 결국 정상에서 다 함께 만납니다. 처음에는 투덜거리던 이들이 힘든 산행을 거치며 진정한 동료가 되어 정상에 서 있는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.
❄️ 한라산 정상에서 생각이 바뀐 이유
등산을 죽도록 싫어하던 저도 5화 한라산 정상의 설경을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.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의 하얀 세상 속 풍경을 보며 “나도 죽기 전에 한 번은 저 풍경을 직접 보고 싶다”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《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?》는 등산의 매력을 억지로 설득하지 않습니다. 오히려 “우리도 등산 싫어하는데요?”라고 말하는 네 사람을 앞세웁니다. 그렇기에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도 깊이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습니다.
특히 무거운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함께 가는 제작진들에게도 물개 박수 쳐주고 싶었어요.
사람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하는 게 아니라, 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그 힘든 길을 걷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⭐️ 개인적인 평점: 3.0 / 5.0
- 한 줄 평: “절대 등산 안 해”라고 말하는 사람마저 설산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예능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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